[책발췌] 시소몬스터 - 이사카코타로
시소몬스터 She Saw a Monster
스핀몬스터
소설가 여덟팀이 원시시대부터 미래까지 각 시대의 이야기를 쓰기로 했는데요.
저는 '쇼와시대 거품경제 시기'와 '근미래' 부분을 맡았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대립'이라는 키워드를 각 작품의 근간으로 삼고
'바다 일족과 산 일족의 혈통을 이어받은 사람은 서로 충돌할 운명이다'라는 설정과 몇몇 요소를 공유하기는 했지만,
각 소설은 독립적이므로 다른 작품을 꼭 읽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저쪽 시대의 이야기와 이쪽 시대의 이야기에 의외의 공통점이 있거나 시대를 초월해 비슷한 장면이 되풀이되기도 하니 다른 작품을 읽으면서 그런 부분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재미있게도 인간은 괜찮냐고 물으면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법이거든. 상투구지. 안 괜찮을 때도, 병이 악화됐을 때도 괜찮다고 대답해. 참 신기하다니까.
세상에는 바다의 혈통을 이어받은 인간과 산의 혈통을 이어받은 인간이 있다는
마음에 안 드는 사람, 상성이 좋지 못한 사람, 거북한 사람. 그런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미토에게 불합리한 협오감을 품고 있는 건 현세가 아니라 과거의 숙명 때문이라고 해야 딱 들어맞는 느낌이다.
인간의 역사는 전부 싸움이잖아.
싸움 사이에 잠깐의 휴식이 있을 뿐이야
싸움이 없는, 모든 것이 순탄하고 평온하기만 한 상황은 절대로 찾아오지 않아.
언제나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싸우고 있어. 그게 역사인걸
누군가의 평화는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성립되는까.
싸움이 나빠? 아니잖아. 모든 것의 기초, 근본이야
실험실에서 비커 내용물을 휘저어 섞는 것과 똑같은 이치야. 휘젓지 않으면 실험을 못하잖아.
서로 부딪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무엇도 진화하지 않지. 충돌이 변화를 일으키고 새로운 걸 탄생시켜. 별도 그래. 작은 혹성이 충돌을 되풀이해 그 에너지로 마그마의 바다가 생겼지. 달에도 수많이 충돌한 흔적이 있고. 물도 운석이 충돌해서 만들어진 거잖다.
평화로운 상태가 지속되면 어디선가 누군가가 나타나 땅바닥에 선을 긋고 이렇게 말하지. '이 선을 기준으로 저쪽 놈들은 적이다. 우리는 저쪽 놈들에게서 이쪽을 지켜야 한다."
서로 부딪쳐야 비로소 변화가 일어나지. 변화가 있어야 비로소 인간은 진화해.
뉴스에 나오니까 실제로 벌어진 일이 되는 걸지도 모르잖니.
스핀 닥터
누군가에게 특정한 이미지를 심기 위해 정보를 조작하는 걸 스핀이라고 해.
옛날에는 그 분야의 전문가를 스핀 닥터라고 했어.
영토가 생기면 싸움이 일어나. 어떤 시대, 어느 곳에서든 국경이 가까운 나라끼리는 말썽이 생겨. 사이 좋은 이웃 나라는 존재하지 않아. 그 그림책 작가 말대로야. 제일 손쉬운 방법은. "선을 긋는 거야"
이 선 너머는 적이라는 거지. 그러기 위한 벽일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