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념

[푸념] 사람없다 말하지 마세요.

존상 2021. 10. 6. 22:15

업무보고가 배포되었다. 내용 중 최근 대표이사 강조사항을 보고 깜짝놀랐다. 붉은색 글자로 따움표를 친 "사람없다, 해본적 없다, 시간 없다" 문화개선. 

 

회사가 군대도 아니고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할 수 있을까? '사람없다, 해본적없다, 시간없다'는 상급자들이 매번 부딪치는 곤혹스러운 답변일 테다. 그런 직원들의 고충을 해결하라고 윗자리에 있는것이지 어떻게 그런 말을 하지말라고 되려 직원들에게 지시사항으로 내려온단 말인가. 완전 책임회피며 직무유기다. 지시사항을 낼 수 있는 자리라고 아무말이나 막뱉으면 되는 줄 알고있는게 아닐까? 자기 편하자고 하는 말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알아서 적정 사람을 유지하고 있으니 더 이상 사람없다는 핑게대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 것이다. 

 

직원들이 그런 말을 하는 이유는 아마도 책임감때문에 어떻게 든지 일을 성사시키기위해 현실을 보고한 것일 수 있고  아니면 안 좋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변명이나 핑계일 수 있다. 우리가 하는 SW프로젝트는 사람이 전부다. 사람이 SW를 만든다. 경험 많고 기술좋은 사람이 있다면 프로젝트는 쉽게 끝날 수 있다. 경험 없는 신입들로 구성되었다면 프로젝트는 산으로 갈 것이 뻔하다. 결국 문제는 사람이다. 그래서 팀장의 입에서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결론은 사람인데 관리자는 다른 결론을 원한다. 다르게 표현하라고? 

 

그럼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실력을 키우라고? 그 말은 야근이라도 해서라도 일을 하라는 거 아닐까? 엔지니어인 직원이 '나 실력없오'라고 말하지 않는다. 엔지니어에게 자존심과 프라이드가 있다. 신입이야 대놓고 나 할 수 없오라고 하지만 일정 경력이 쌓이면 쉽게 입에서 스스로를 비하하는 말을 하지 못한다. 특히 팀장이 되면 나 재주가 없오라고 하지 않고 사람이 없오라고 이야기 한다. 

 

사람없다, 경험없다, 시간없다라는 말은 회사에서 매번 듣는 말이며 전혀 새롭지도 않다. 푸념이나 넋두리처럼 들린다. 언제 사람이 충분하고 경험이 있었으며 시간이 널널했을까? 매번 하던 일은 어려움 투성이었고 그래도 어떻게든지 프로젝트는 끝났다. 그럼 왜 그런말을 하며 투덜됐냐고? 사람이 있고 경험이 있고 시간이 있었다면 더 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어떻게 든지 프로젝트를 끝내야 하니 대충 마무리하고 덮어버린 것이다. 미처리된 항목은 유지보수하는 기간으로 떠넘겨 버리고 손을 턴것이다.

 

팀장이나 상사가 모든 것을 결정해 줄 수 있는 시대는 끝이났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모두들 허겁지겁 쫓아가느라 항상 지식과 정보에 메말라한다.  결정권자는 두렵다. 혹시 잘못된 결정을 하지 않을까? 팀장이나 상사는 더 이상 해결사 노릇을 하면 안된다. 직원들에게 솔루션을 가져오도록 독려해야 한다. 핑계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프로젝트를 잘 진행할 수 있는지 제시해야 한다. 사람이 없다가 아니라 무슨 기술이 있는 몇 명이 필요하다라고. 어 말하고 나니까 좀 이상하네. 결국 그 말인 즉슨 사람이 없는 거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이 건 직원의 판단을 무시하는 처사다. 직원의 판단을 불신하는 것다. 사람없다, 경험없다, 시간없다 라고 단순화해서 이야기를 꺼냈다면 상사는 도대체 어떻게 된 사항인지 깊이 드려다 봐야 하지 않을까? 어렵고 고충이 있어 이야기 했지만 결론을 축약해 보면 사람이 필요하다라는  대안이 나온건데 거기다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하면 무슨 소리하라고.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마무리되도록 해보겠습니다'라는 걸 듣고 싶은 건가? 캬 듣기 좋은 말이다. 듣는 사람은 좋다. 말한 사람은 그걸 지키려면 죽어나겠지. 아님 어떻게 되든지 모르겠다며 말만 해놓고 손놓을건가?

 

직원들은 착하다. 회사가 그런 소리를 해도 별 반응이 없어 보인다. 그러려니 하고 흘려버리는 듯 하다. 경영자를 이해한다는 직원들. 어쩌면 경영자보다 직원들의 포용력이 더 넓어보인다. 난 이 문구에 숨이 막히는 듯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