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의 퇴사로 뜻하지 않게 새로 팀장이된 A는 기분이 좋아보였다.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했다. 어부지로 얻은 자리이지만 회사가 공식적으로 임명한 엄연한 팀장이다. 조직생활을 하는 특히 남성에게 직급이 높아진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다. 권력욕이 없는 사람은 없다. 본인은 그렇지 않다라고 이야기하지만 은근히 권력의 단맛을 즐기고 있다. 이제 그도 그런 권력을 단맛을 보려한다. 

 

"뭘,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A는 겸손한건지 착한건지, 본인의 자세를 낮췄다. 팀장의 자리가 힘들고 만만치 않을 꺼라는 팀원들의 말에는 "이제 내 차례인가!" 다음은 자신이 퇴사할 차례라며 우스게소리를 했다. "회사 솔루션을 팩키지로 만들어 사용하기 쉽도록 해야해". 그 동안 품고있던 생각을 뱉어냈다. 자신감에 차있었다. 뭔가를 이룰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조직도상 팀장은 본부장아래에 위치한다. 팀장은 여러 프로젝트팀을 관리한다. 프로젝트팀은 1~5명정도로 구성되어있고 프로젝트는 대체로 10개 정도 돌고 있다. 팀장이 담당하고 있는 전체 팀원이 현재 20 여명 이상이다. 프로젝트는 사내에서 진행될때도 있고 외부에서 진행되기도 한다. 대부분 외부 용역으로 사이트에 나가서 개발하는 경우가 많다. 

 

개발하던 직원이 팀장이 된다고 해서 개발에서 손을 떼는 건 아니다. 때에 따라 프로젝트를 맡아 PM으로서 역할을 하기도 하고 코딩도 한다. 이유는 사람이 부족해서다. 퇴사한 팀장은 프로젝트의 PM이였고 팀장이였으며 솔루션 개발까지 책임지고 있었다. 3중고였다. 그에게 일의 우선 순위는 외부와 계약한 프로젝트였다. 당연히 팀장으로서의 역할이나 솔루션 개발은 뒤쳐질 수밖에 없었다.

 

조직에서 업무를 많이 맡게되는 이유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코딩 능력이 있다면 솔루션 개발을 시킨다. 그러다 연차가 높아지면 프로젝트장이 되고 더나아가 팀장이된다. 이때 직급이 바뀔 수록 이전 업무에서 손을 떼는 건 아니다. 계속 일이 추가되는 구조다. 특히 관리 업무가 늘어난다. 개발만 한다고 해도 시간이 부족한데 관리까지 떠맡게 된다. 골똘히 생각해서 개발해야 하는데 관리업무로 주의가 분산되기 일쑤다.

 

"싸이트에 나가 있는 인력들을 찾아가 밥이라도 사주고..." 본부장이 새 팀장에게 내린 임무다. 그러면서 기존 팀장은 그런걸 못했다며 하소연 한다. 내성적인 직원이 팀장을 단다고 당장 외향적으로 변하진 못한다. 본부장은 으샤으샤 팀원들을 독려하는 그런 타입의 팀장을 바라고 있었다. 

 

퇴사한 전 팀장은 본부장을 찾아가 팀장자리가 힘들다고 여러번 말했었다. 바꿔달라고,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하지만 변화는 없었다. 지혜롭게 잘 해보라는 대답이 전부였다. 

 

회사의 팀장자리는 빚좋은 개살구다. 서번트 리더십이라는 단어가 그대로 적용되는 자리다. 하인처럼 모든 프로젝트 뒤치닥꺼리해야 한다. 프로젝트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면 욕먹는 자리다.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있는자리다. 사람을 채용할 수도 없다. 포상 휴가를 보낼 권한도 없다. 매번 위에 보고하고 결재 맡아 진행해야 한다. 독단적으로 팀장이 결정할 수 있는게 없다. 주간보고 취합해서 보고하는게 어쩌면 주임무인지도 모르겠다. 본부장과 프로젝트팀 사이에서 메신져역할을 담당한다. 

 

연차가 되고 나이가 있다고 팀장하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 특히 개발직군에서는 더욱 그렇다. 개발 잘하는 사람을 망치고 있다. 본인에게 뜻이 없다면 팀장을 시키지 말아야 한다. 회사는 선심쓰듯이 팀장으로 임명한다. 본인은 싫다고 하는데 왜 싫은지 모르겠다며 도와줄테니 잘해보라고 격려한다. 도움은 개뿔. 개발자로서 몸값 올리기 바꾼데 남 뒤치닥거리나 하는 관리를 하라고 하다니. 상이 아니라 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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