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이 들어왔다. 특성화 고등학교 졸업반으로 3개월 현장실습을 마치면 정식으로 회사에 입사한다.

 

직원들에게 고졸에 대한 편견은 없다. 일은 학력으로 하는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있다. 어떤 사람이 되든 업무에 도움이 된다면 환영이다. 정작 학력에 대해 문제를 일으키는 요소는 경영이다. 학력에 따라 연봉을 차등지급하기 때문이다. 인사고과를 잘 받으면 되다고 하지만 학력이 고려된다. 학력은 측정하기 좋은 요소고 팩트다. 차등지급에 대한 정당성을 내포하게 할 수 있다.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이라고 해도 당장 업무에 투입해 함께 일할 수 있는건 아니다. 학교마다 다르고 개인적으로 학교 동아리 활동으로 배운지식이 다르다. 우리가 필요한 인력은 SW개발을 공부한 학생이다. 신입사원은 로보트고 출신이였다. 로보트 특성화고 학생이 회사에 얼마나 도움되겠는가? 2년동안 납땜을 하고 코딩한 모양이다. 그의 노력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SW만 전문으로하는 특성화고 고등학교도 있는데 말이다. 

 

어찌되었든 배치된 신입사원을 돌려보낼순 없다. 그렇다고 업무에 투입할 수도 없다. 교육 시킨다고? 글쎄 모두 자기 맡은 일 하기 바쁜데 누가 자진해 교육을 담당할까? 사수를 붙여주지만 신입사원은 방치되기 일쑤다. 교육이라곤 신입사원에게 오래된 C++책을 던져주며 '이거 공부하세요'가 전부다. 신입사원은 한 동안 자습하며 지낸다. 

 

회사에선 그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신입사원을 배치시킨다. 신입사원은 당장 업무에 투입해 이익을 낼 수 없다. 오히려 교육시키고 관리해야하기때문에 기존 인력의 시간을 깎아먹게된다. 그럼 왜 회사는 그렇게 할까? 미래를 보고 투자?사회적 기업으로서 실업문제를 해결? 글쎄,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 아무런 생각없이 하지는 않을꺼다. 

 

신입사원은 뽑기 쉽다. 인성만 보면 된다. 회사에서 다시 교육해야 된다는걸 알지만 교육은 경영팀의 문제가 아니다. 배치된 팀에서 알아서 해야 하는 문제다. 실행팀에서 요청한 인력을 상쇄시킬 수 있다. 엑셀표에 당당하게 숫자로서 역할을 한다. 실행팀에서 애써 괄호를 치고 '신입'이라고 적지만 인력 합계는 숫자만 남는다. 결국 숫자하나가 해결되는 셈이다. 비용은 말할 것도 없고.

  

신입사원은 착하다. 말을 잘듣는다. 고분고분하며 불만이 없다. 회사에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적다. 기존 타성에 젖지 않았으며 가르치면 어떤거라도 다할 수 있을 것만 같다. 환상을 가지게 한다. 경영은 실행팀에게 똑똑한 인재니 교육해서 잘키워보라고 말한다. 책임을 은근슬쩍 실행팀으로 넘긴다.

 

회사는 신입사원에게 은혜를 주었다고 믿는다. '실업난으로 취직하기 어려운 세상인데 너희들을 받아주었으니 회사가 얼마나 고맙겠니' 좋은일 하고 있다고 회사는 스스로 만족감을 갖는다.  '그러니 열심히 해' 무언의 포스를 신입사원에게 전달한다.

 

회사가 신입사원을 받아도 그들 중 누군가는 몇 년 지나면 머리가 굵어지고 퇴사를 하게된다. 그때 회사는 어이없어 한다. 취직시켜주고 그 동안 얼마나 잘해줬는데 어떻게 감히 네가 그럴수 있냐뭐 거품을 문다. 회사가 투자한게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냐뭐 퇴사자에게 죄책감을 가지게 한다. 그래도 나갈사람은 나간다. 특히 실력있는 사람은.

 

회사가 손해본건 아니다. 모두들 있는 동안 열심히 했다. 업무 성과가 어찌나왔던지 그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회사도 싼 값에 일시키않았는가?

 

신입사원에 대한 환상이나 기대는 회사가 일방적으로 가진 것이지 그들이 심어준게 아니다. 그들이 조직 이기심의 희생양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한창 젊고 재미있게 놀수도 있는 나이에 일을 선택한 그들의 결정을 존중한다. 조직 입성을 축하하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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