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을 유혹하는 학업과정이 많이 생기고 있다. 회사를 다니면서 주말동안 대학원을 다닐 수 있도록 학교에서 강좌를 앞다투어 만들고 있는 것 같다. 꼭 주말이 아니더라도 평일 저녁이나 평일의 몇 번만 다니면 되는 곳도 생겼다. 학교 입장에서는 일반 학생들이 없는 시간 때에 학교를 놀리기 보다 다른 학생들을 받아 돌릴 수 있다면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학교는 학문을 연구하는 곳이기 보다 학문은 전면에 내세우고 뒤로는 돈을 끌어모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뭐라고 할 수 없지만 씁슬하다. 학위 장사라는걸 몸소 느끼고 있다. 그걸 이야기하려는 아니고.
회사에선 복지의 하나로 우수 사원에게 학교를 보내준다. 등록금을 장학금 명목으로 대신 납부해준다. 좋은 정책이다. 뒤늦게라도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어 직원들에게 나쁠 것 없다. 하지만 몇 가지 회사가 실수하는 점이 있는 듯 하다.
학교에 가기 위해선 문서 한 장에 사인을 해야 한다. 그 문서는 학업 성적이 B+이상이어야 하며 졸업후 5년간 회사를 떠나지 말아야 한다는 서약서다. 만약 5년 이내 자진 퇴사를 하게 되면 지원한 장학금은 다시 회사에 돌려줘야 한다. 대부분 회사에서 이처럼 하고 있는 듯 하다. 직원과 회사가 서로 윈윈하는 정책이라고 하기엔 난 씁쓸하게 느껴진다.
당장 드는 생각은 졸업 후 5년간 얼마나 부려 먹을까라는 의심이다. 거기다 월급 인상은 거의 없을 것 같다는 두려움도 있다. 회사는 그럴 일 없다고 손사례치지만 그런다고 그럴케 안될꺼라는 보장은 없다. 업무은 언제나 넘처나고 연봉협상은 적자라는 핑계로 동결되는 현상을 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우수 사원에 누구 해당되는지 모호하다. 직원 스스로 자신이 우수 사원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다. 예상컨테 회사에 불평하지 않고 말 잘 듣는 사원이 우수 사원일 것이다. 구설수에 오르적 않는 예의바른 모습의 사원이 우수사원이다. 실력은 숫자로 정확히 측정할 수 없으니 사람들의 입소문이 중요하다.
학교 갈 수 있는 우수 사원은 몇 안된다. 업무 여유가 없는 상위 직급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주말에 가족과 지내거나 쉬고 싶지 굳이 학교까지 다니기엔 그들에겐 벅찬일이다. 결국 갈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거나 악착같은 사람들이 간다.
그래서 회사는 상위직급의 우수 사원을 강제로 학교에 보낸다. 회사는 권유라고 이야기하지만 그 말은 학교가라는 명령과 같다. 안간다고,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 그 즉시 찍힌다. 회사가 특별히 대우해주겠다는데 그걸 마다하는 직원을 회사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회사는 직원의 역량을 강화하다고 직접 학교와 학과를 찍어 추천하지만 정작 학교 다닐 본인들은 듣고 싶은 강좌와는 거리가 멀다. 회사가 돈을 대준다니 마다할 수도 없고, 좋은 이미지 프레임을 갖고 있는 공부라는 단어를 발로차지도 못한다.
졸업 후 5년. 회사는 직원 복지를 돕고 장기 근속을 유도하는 좋은 취지로 서약서를 받는다고 하지만 정작 직원들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을까? 5년 동안 군복무한다고 생각할까? 5년 후엔 이직하라고 회사가 면제부를 주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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